[김대복의 구취 세상] 4. 적벽부
입 냄새는 인류의 오랜 숙제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구취로 고민한 사람이 많다. 역사 인물과 입냄새에 관한 이야기를 한의학박사인 김대복 혜은당클린한의원장이 연재한다. <편집자 주>
지덕사의 봄
[세종대왕신문=김대복 한의학박사] 서울 도심에는 몇몇 공원이 있다. 그중의 하나가 지덕사다. 조선 제3대 임금 태종의 큰아들 양녕대군의 묘역과 사당인 지덕사는 서울시 동작구 상도4동에 있다. 지하철 7호선 장승배기역 2번 출구에서 10여 분 걸으면 나오는 낮은 언덕 산인 이곳에서는 새 소리와 물소리가 들린다. 세파의 번거로움을 잠시 잊을 수 있는 서울의 무릉도원이라고 할 수 있다.
정문인 양녕문에서 왼쪽으로 눈을 돌리면 넓은 잔디밭 돌길 한쪽에 양녕대군의 작품을 재현한 후적벽부 비가 세워져 있디. 초서체의 후적벽부는 사당 안에도 팔폭병풍 목각판으로 보관돼 있다. 후적벽부는 폐세자 양녕대군이 경기도 광주와 이천으로 유배된 뒤 심경을 담은 글이다.
양녕대군은 외롭고 불안한 신세를 겨울밤의 달에 비유하며 글을 썼다. 작품의 원글은 북송(北宋)의 시인 소동파(蘇東坡 1037~1101년)가 지었다. 평생을 귀양 다녔다는 소동파의 유배 노래다. 그는 1082년에 유배 중에 전적벽부(前赤壁賦)를 짓고 2개월 후에 후적벽부(後赤壁賦)를 읊었다. 적벽강의 풍물 변화와 겨울 달밤의 쓸쓸함을 묘사했다.
소동파의 철학이 담긴 시는 고려 후기와 조선 시대 문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짝사랑이었다. 소동파는 우리나라에 대해 좋은 감정이 아니었다. 그가 살던 송나라는 거란 요나라의 공세에 힘들어했다. 국력이 약한 송나라는 적국인 요나라의 배후에 있는 고려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고려 사신을 초빙하고, 범국가적인 환영 행사를 펼쳤다.
송나라는 국가 재정에 압박을 느낄 정도였고, 상대적으로 고려의 사신단은 어깨에 힘이 팍팍 들어가 있었다. 소동파는 이를 굴욕외교로 생각했다. 고려와의 관계에서 송나라가 손해만 본다는 비판 글을 쓴다. 송사(宋史) 외국열전, 고려전에 소동파의 상소가 기록돼 있다.
이혜숙의 소동파선생 시.35x135cm. ⓒ이상주 기자“송나라는 고려와의 무역에서 이익이 조금도 없다. 오히려 손해만 다섯 가지에 이른다. 고려가 요청한 책들과 수매해 가는 금박 등은 허락해서는 안 된다(貊賊 入 貢 無絲髮利 而 有五害 今請 諸書 與 收買 金箔 皆 宜勿許).”
소동파는 늘 불안했다. 나라는 거란(요나라)의 압박에 시달리고, 고려의 눈치를 보는 이중 굴욕외교가 현실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정적들에게 밀려 귀양 가기를 집에 들어가는 것처럼 했다.
그는 계속되는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떨어졌다. 긴장과 불안이 계속되면 입이 마르고, 소화기능이 떨어진다. 입냄새에 취약하게 된다. 소동파는 입냄새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는 입냄새 예방법을 썼다.
동파집권70(東坡集卷70)에서 진한 차로 구취를 일으키는 충치 예방을 설명한다. “매번 식사 후 곧바로 진한 차를 마시면 기름기가 빠지고, 비위(脾胃)도 모른다.” 비위는 지라와 위장으로 소화불량으로 풀이할 수 있다. 소화력이 떨어지면 구취가 심해질 수 있다.
소동파는 녹차 등이 충치 예방은 물론 인후통 등 기관지 질환, 소화기 질환의 예방이나 치료를 전반적으로 이해했다. 실제로 항염작용의 찻잎의 탄닌은 치아 질환은 물론 목의 염증치료 효과를 높인다.
현대의학에서도 찻잎의 입냄새 해소력은 인정되고 있다. 구취 전문 한의사들도 입냄새를 상담하는 고객에게 차를 자주 마시도록 하고, 때로는 우려낸 찻잎도 씹도록 한다. 차의 구취 완화는 당뇨병 효과로도 설명된다. 찻잎의 카테킨 성분은 당질의 소화 흡수를 지연시켜 혈당상승 억제 효과가 있다.
소동파는 유의(儒醫)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선비의 목적은 백성을 잘살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학문을 익히고 인격을 함양한다. 또 하나의 방법으로는 지식인으로서 의술을 실천했다. 질병의 극복과 치료는 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나라의 과제였다. 이에 일부 유학자는 상식을 넘어서는 전문가적 식견의 의학을 공부했다. 그들이 유의(儒醫)다. 소동파는 유의였고, 그의 전문분야는 입냄새였다.
<글쓴이>김대복
한의학 박사로 혜은당클린한의원장이다. 주요 논문과 저서에는 '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 ‘입냄새 한 달이면 치료된다’, ‘오후 3시의 입냄새’가 있다.